TV드라마의 문제점과 합리적인 개선방향
정영희(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연구소 연구원)
1. 들어가는 말
최근 들어 TV드라마에 대한 다른 매체들의 비판이 부쩍 늘었다. 지난 6개월(3월 27일- 9월 26일)간 보도된 드라마 관련 기사는 그 대부분이 ‘시청률 지상주의’에 의한 TV드라마의 폭력성, 선정성, 비윤리성 등 불건전성과 간접광고 행위를 비판한 것이었다. (<붙임 1> 드라마 관련 기사 제목 리스트 참고) 시청률이 괜찮으면 방영횟수를 늘이고 아니면 조기중단하는 방송편성의 문제도 드라마 비판의 단골메뉴이다. ‘드라마가 문제’라는 떠들썩한 비판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TV드라마 비판에 열을 올리는 매체들의 경쟁적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특정한 시기에 비판이 집중된다면, 무엇이 문제인가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방송환경에서 극단적인 생존경쟁에 내몰린 방송사들에게 TV드라마는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장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드라마에 방송사의 사활이 걸렸다는 인식도 없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사가 드라마를 통해 시청률 경쟁에 몰입한다고 비판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TV드라마를 상품으로만 인식하는 사고가 확산되는 것 또한 매우 위험하다. TV드라마는 신문, 책, 영화, 연극 감상과는 다르게 리모컨을 작동시키는 정도의 노력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손쉬운 대중문화물이다. 영화, 연극, 음악회 등과 같은 대중문화물은 소비를 위해 대중의 적극적인 노력과 선택이 필요하지만, 텔레비전은 방송국에서 편성하여 내보내는 프로그램들 중에서 어느 것을 볼 것인가를 선택하는 정도에 대중의 선택권한이 제한되어 있다. 전원을 켜 놓은 것 자체로 무차별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해야 할 무엇이 뚜렷하지 않을 때는 습관처럼 텔레비전을 켜 놓기도 하면서 일상생활의 필수적 과정이 되었다. 방송에 대해 엄격한 윤리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전파자원의 유한성과 공공성, 사회적 영향력 뿐 아니라, 이러한 보편성, 일상성, 무차별성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방송의 사회적 책임은 다른 매체에 비할 것이 못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은 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대리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논하며 방송 프로그램의 공익성을 주장할 때 가장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TV 드라마이다. TV드라마는 방송 프로그램 중 상품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TV드라마는 소재의 대부분이 현실의 삶에서 유래하고, 일반 가정과 같은 사적 공간을 무대로 사적인 관계중심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담아내기 때문에 단순한 대중문화물, 오락물, 상품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TV드라마는 현대사회의 ‘현실’을 사회적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드라마를 통해서 일상생활세계의 사적, 공적 가치 및 관념이 창출되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TV드라마는 시청자 개개인에 의해 사적으로 소비되지만 그 영향력은 사회적이라는 점에서 공공적 성격을 가진다. TV드라마는 따로 떨어진 공간에 흩어져 존재하는 시청자들에 의해 개별적으로 ‘시청’되지만, 그들 간의 공유된 정서의 통로를 통해 집단적으로 경험되기 때문이다. 같은 드라마에 노출된 시청자들은 한동안 동일한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물리적․정서적 경험을 공유하고 그에 따라 사고와 정서의 집중현상이 일어난다. 그 결과 개별시청의 경험은 하나의 사회적인 집단적 체험으로 확장되고 집단의식에 영향을 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TV드라마의 상품으로서의 특성을 강조하거나 단순한 오락물로만 이해하는 사고는 위험할 수 있으며, 공적인 책임과 역할을 위한 규제의 필요성이 요구될 수 있다.